출처: 종합법률사무소공정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변호사, 황보윤 대표 변호사)
출처: 종합법률사무소공정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변호사, 황보윤 대표 변호사)

하도급 분쟁의 대부분은 대금미지급, 부당감액 등 금전과 관련된 것들이지만 간혹 원도급사의 일방적인 타절(강제타절)이 문제가 될 때도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당위탁 취소, 민법에서는 계약해제(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강제타절은 주로 공사 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의견 마찰, 공사대금지급 여부와 관련해 일어나고 있고 때로는 현장관리자와의 불협화음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하도급업체들이 강제타절을 당하는 것을 보면 하도급업체들이 을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피해 유형이다. 하도급업체들은 이러한 일방적인 강제타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갑의 추가 작업지시, 서면 미교부, 대금미지급 또는 감액 행위 등의 여러 가지 무리한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하도급업체 ‘A사’는 토목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원도급업체 ‘B사’로부터 공공기관의 상하수도 증설공사 중 토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공사를 수행하는 도중 원도급업체는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의 작업지시를 불이행하고 무단으로 장비와 자재를 반입하는 등 발주처와 감리단에 허위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공사를 진행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도급 계약서상 계약을 해지할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하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공사현장에서 즉시 퇴거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이는 원도급업체의 일방적 주장으로서 하도급업체에게는 아무런 귀책 사유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도급업체는 기존의 설계도와 시방서 등에 따라 공사를 원활히 진행 중이었고, 감리단에서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있으므로 원도급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원도급업체는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계약해지 통보를 했고, 하도급업체는 여러 증거자료를 통해 계약을 해지당할 만큼 중대한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면서 원도급업체의 계약해지는 부당하다고 이를 거부했다. 법원 역시 하도급업체가 계약을 위반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 중인 민법 제673조에 따라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하도급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도급업체는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을 원용하면서까지 원도급업체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했으나, 해당 법률에서 명문으로 부당한 계약해지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는 이상 민법 제673조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원은 강제타절을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서에 명문으로 민법 제673조를 배제하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가 언감생신 원도급업체에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나. 또 강제타절 이후 공사로 인한 손해를 입은 것이 있으면 이를 보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경제적 약자인 하도급업체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타절 이후 영세한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를 상대로 소송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보전 받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안해 볼 때 하도급업체로서는 그저 암담한 상황에 처하게 될 뿐이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 민법 제673조를 배제시키는 특별 규정을 삽입하는 형식의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정부기관들이 앞장서서 하도급업체와 관련한 정책과 제도를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공사현장에서는 정책과 제도에 의한 보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을의 위치에 있기에 불합리한 조건임을 알면서도 원도급업체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하도급업체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서 원도급업체의 부당한 계약해지를 막을 수 있도록 민법 제673조를 개정 하거나 부당한 계약해지 시에 그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 규정이 절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변호사
현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 변호사
사이드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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